법보신문 | 해우소 석실로 유추해보는 대가람 회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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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사적 제128호 양주 회암사지에서 거대한 석실이 발견됐다. 조사결과 석실은 뒷간 터의 지하구조로, 국내 사찰 터에서 발굴된 뒷간 지하구조물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왕래했던 대가람 회암사의 규모를 다시금 입증한 발견이었으며, 당시 사찰의 생활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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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암사지 뒷간 터 지하석실 입구. 지하석실의 남쪽 중앙부에는 높이 1.9m, 너비 1.0m 가량의 출입시설이 발견됐으며, 내부는 퇴적토와 기와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
전시는 1부 ‘뒷간을 발견한다’, 2부 ‘뒷간을 이해하다’, 3부 ‘뒷간을 상상하다’로 구성됐다. 1부는 회암사지 뒷간 터의 발굴과정과 기생충 연구, 당시 식생활 문화를 소개한다. 2005년 발굴조사에서 드러난 거대한 석실구조의 실제 크기를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당시 회암사에서 사용했던 식기류의 전시를 통해 식생활 문화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2부는 회암사지 뒷간에 다녀갔을 주요 이용자들에 대한 다양한 추론과 사찰 뒷간이 지니는 전통의 친환경 시스템을 설명한다. 실록 속에는 스님을 포함해 회암사에 왕래한 많고 다양한 외부인들의 흔적이 기록돼 있다. 이들의 존재는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도자기, 장신구 유물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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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檜僧(회승)’ 명문이 쓰여진 백자. 회암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혼재했기 때문에 외부인용 그릇과 회암사 스님이 사용하는 그릇을 따로 구분하기 위해 회승(檜僧)이라는 묵서를 써서 표기했다. |
이밖에 최병환 감독의 ‘해우소’(2006)를 통해 사찰 뒷간에서 벌어지는 익살스러운 일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다. 또 ‘해우소’라는 명칭으로 유명할 만큼 마음이 편안한 뒷간 공간에서 ‘해우(解憂, 근심을 내려놓음)’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도록 했다.
회암사지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의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기획전은 회암사에 있었을 거대한 규모의 뒷간 지하석실을 지상으로 올려 재현함으로써 앞으로의 관련 연구방향에 하나의 단초를 제공한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사찰 뒷간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관련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돼 향후 대가람 회암사의 재현에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공동기획전 ‘대가람의 뒷간’은 7월1일까지 계속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