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여백의 아름다움
본문
禪의 정신세계 표현해온
한국화가가 틈틈히 쓴 시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발간
11월17일까지 한국미술센터
시집 출간을 기념한 전시회
시와 그림 60여 점 선뵈며
아름다운 감성 잔잔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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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표지. |
“새벽에 일어나 향 하나 사른다. 자리를 잡고 내면과 대화를 하며 떠오르는 단상에 젖는다. 이것이 일상의 시작이며 작업계획이 정리된다. 그림 농사를 짓는 전업 작가로서 조금만 게을리 하면 작업실에 공기가 탁하다.” (김양수 화백 작가노트 중에서)
선(禪)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작품 활동을 이어 온 한국화가 김양수 화백이 그 동안 작품에 품어온 시를 모은 시집 <함께 걸어온 그 꽃길> 출간했다. 더불어 그 책에 담긴 시와 그림을 선보이는 시화전을 오는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동안 시와 그림이 함께하는 시화 전시는 다양한 형태로 열려 왔지만, 화가가 직접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낸 전시가 마련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화의 전통적인 필의를 바탕으로 절제된 조형미를 서정적인 감성으로 펼쳐 온 김 화백은 시인들이 자신들의 시와 그림이 함께 하는 전시에 가장 선호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 화백은 틈틈이 시로 써온 동명의 시집을 출판하면서 그림전도 열게 됐다. 자연의 신성한 숨결 속에 꽃잎처럼 피어나 풀잎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 가지는 이야기들을 맑은 그림처럼 써내려간 서정시 60여 편에 녹아든 감성이 작가 특유의 절제된 조형성의 작품으로 담겨 있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은 “김 화백의 시를 읽으면 그림이 담겨있고, 그 그림을 보면 시가 읽힌다”면서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정신성의 여백이 가슴을 딛고 오는 작품들은 우리의 언어와 그림에 담긴 아름다운 감성들을 잔잔하게 전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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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양수 화백이 시집 <함께 걸어온 그 꽃길>을 출간하고 이를 기념하는 시화전을 오는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연다. 사진은 전시회에 선보이는 김양수 작 ‘마음’. |
김 화백은 1960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섬 소년이지만, 바다보다는 산과 들을 뛰어 놀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른이 돼 화가의 길을 들어섰어도 어릴 적 보았던 자연은 내면으로 들어와 즐겨 다루는 그림 소재가 됐다. 그는 “산에서 빠져 나오는 산길이나 물길들에 마음을 빼앗긴 채 그 근원을 찾아 헤매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서 “생의 근원을 찾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때 연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전시회에서도 ‘가을 풍경’, ‘겨울밤’, ‘들녘에서’, ‘달빛’, ‘물 흐르듯이’ 등 고향 땅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아련한 기억은 오롯이 화폭에 담은 다양한 수묵담채화를 만나볼 수 있다. “잠에서 깨어난 바람 한 줄기 개울을 건너자 얼었던 물이 녹고 들판을 지나자 새싹 숨소리 들리다”는 등 그림을 완성하며 떠올렸을 추억을 담담히 써내려간 시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로 새벽이나 아침에 작업을 한다는 그는 “청정한 기운으로 작업 대상인 자연과 마주대하는 것과 상쾌하고 즐겁다”면서 “형상보다는 본질적인 것, 변하는 세계보다는 변하지 않는 세계에 다가가 표현하기 위해 집중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때가 바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둘이 아님을, 나의 일상과 작업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김 화백은 지난 1996년 남도기행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시작으로 한국, 일본, 중국, 독일 등 국내외에서 24회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시집 <내 속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고요를 본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며 ‘국민의사’로 꼽히는 이시형 박사와 함께 그림을 통한 ‘세로토닌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모교인 동국대 예술대학 미술학부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하며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현재는 동국대 티베트장경역경원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화백은 “이번 출간과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들이 세상의 그릇된 것들을 가린 아름다운 차양이 되고 예술로 피어나는 그윽한 향기의 쉼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불교신문3152호/2015년11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