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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 스님이 선보이는 정판교 서체 진수


작성자 박부영 기자 작성일15-11-19 13:36 조회2,0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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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중기 양주 일대에서 활동했던 정판교(鄭板橋, 1693-1765)라는 뛰어난 서예가가 있다. 신흥 상업도시였던 양주에는 당시 전통적 화법 기교에 구애되지 않고 독창적 개성적인 표현으로 각광받던 8명의 인물(楊州八怪)이 활약했는데 그 중 으뜸이 정판교다.

왕희지 이후 확립된 단아하고 유려한 서체에서 벗어나 조형미와 서예가의 자유로운 개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시서화 삼절(三絶)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이며, 백성을 구하다 면직당한 뒤 병을 핑계로 초야에 묻힌 선비로 사대부와 백성들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난득호도’(難得糊塗, 바보인 척 하기 어렵구나)라는 그의 글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있다.

정판교 서체를 따라 익히며 수많은 시간을 보낸 스님이 있다. 정판교 뿐만 아니다. 해인사에서 임환경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승려였으며, 진주 촉석루, 용두산 공원 표석, 통도사 현판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 청남 오제봉선생을 사사하고, 어릴 적에는 명필로도 명성을 떨친 경봉스님, 일붕스님 밑에서 먹동(童)으로 일찌감치 글씨에 눈을 떴다.

   
혜성스님이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부산 금강사 주지 혜성스님 이야기다. 포교활동 하는 미국에서는 여러 차례 선 보인 적 있지만 부산에서는 첫 전시회다. 사군자도 있지만 주로 글이다. 모두 45점을 선보였다. 스님들 글은 서법(書法)을 따르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 대로 그려낸다 해서 도필(道筆)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예가들은 스님을 글씨는 평을 하지 않는다. 물론 스님들 중에도 서법에 맞춰 글을 쓰는 분들이 있다. 경봉, 일붕스님 같은 분들이 대표적이다.

혜성스님은 미국에서 우연히 접한 정판교 서체에 반해 수 십년을 연마했다. 부산에 처음 전시회를 여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연마가 일정 경지에 올랐음을 말한다. 혜성스님은 “정판교 서체에 의지해서 글공부가 진전을 봤다. 얼마나 완숙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판교체를 선보이고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전시회를 열게됐다”고 말했다.

   
개막식 모습

‘심외무불’(心外無佛), 응생무소주심(應生無所住心) 등 선구와 경전구절 ‘동다송’ 등 차(茶)에 관한 내용, 그리고 ‘증도가’ ‘신심명’ ‘반야심경’도 선보였다.

17일 열린 개막전에는 동국대 이사장 일면스님, 관음사 조실 종호스님, 전 포교원장 혜총스님, 동국대 이사 명신스님, 전 천태종총무원장 정산스님 도반과 지인 및 스님으로부터 차와 글을 배운 제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혜성스님은 개막식 인사에서 “글 잘쓰면 서예가라 하고, 그림 잘 그리면 화가라 하고 시를 잘 쓰면 시인이라 하는데 이들 모두를 능하게 하여 전시해 보여주기는 너무 지나친 자랑인 것 같다”며 “이번에는 서예를 택하고 서예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KBS 부산 방송국 전시관에서 23일까지 계속된다.

   
 

1962년 불국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 사교를 수학하고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일붕스님으로부터 박한영 대교사 강맥을 전수한 강사이며 경봉스님 회상에서 참선 정진했다. 미국 뉴욕 백림사를 창건하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10년전 부산 차밭골 문화원을 설립해 매년 4월 축제를 여는 부산 차인들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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