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물통 / 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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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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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풍금 소리가 툭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人間)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廣野)의 한 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데 가늠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건반을 누르는 그 소리도 이내 끊어지고 맙니다. 광활하고 초월적인 어떤 공간에서 그 소리는 오는 듯합니다. 마치 누군가의 음성과 함께, 질문과 함께. 시인은 그 동안 하늘 아래 살면서 세상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에 시인은 인간을 찾아다니며 몇 통의 물을 길어다 주었노라고 말합니다. 몸과 영혼의 갈증을 가시게 해주었노라고 말합니다. 물 몇 통을 길어다 주는 행위는 시인의 시 쓰기 행위로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시를 짓는 일을 통해 영혼의 고독과 갈급증을 해소해주었노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행위는 사랑과 자비의 위대한 실천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불교신문3155호/2015년11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