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간이역 / 함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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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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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절망은 얼마나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쉬 감동을 받는 가슴을 지닌 것이냐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하루 두 번 정도의 기차와 오랜 적막에 길들여진 벤치, 아직도 버리지 못한 누군가의 우수처럼 서너 그루의 소나무가 소리 없이 우는 해변의 간이역 낡은 자판기에서 뽑은 따스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시작도 끝도 물거품인 바다 한가운데서 치솟아오르는 철새를 바라보다 문득 살아야지 살아봐야지 몇 번인가 주먹을 쥐고 또 쥐는 내 다짐의 손바닥처럼 |
해변에 간이역이 서 있습니다. 이 간이역에는 하루 두 번 기차가 오갑니다. 그래서 인적이 아주 뜸합니다. 간이역은 의지할 데 없이 외롭고 쓸쓸한 사람처럼 서 있습니다. 근심과 걱정이 많은 사람처럼 서 있습니다.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린 사람처럼 서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보면 간이역은 고통 속에서도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마치 격랑의 바다 한가운데서 한 마리의 철새가 위쪽을 향해 힘차게 솟아 날 듯이 그런 기세로 서 있습니다. 다시 기운을 차려 살아보겠다는 의지처럼 서 있습니다. 살아보려고 어금니를 앙다문 사람처럼 혹은 살아보려고 꼬옥 쥔 주먹처럼 그런 형세로 간이역은 서 있습니다.
[불교신문3159호/2015년12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