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느림의 미학으로 빚어낸 ‘분청사기’ > 매거진

본문 바로가기

매거진


불교신문 | 투박한 느림의 미학으로 빚어낸 ‘분청사기’


작성자 이성수 기자 작성일15-11-30 14:49 조회1,763회 댓글0건

본문

 

한국자기 대가 신정희 선생

4남으로 대이어 ‘도예’ 매진

 

독실한 불자로 스님들에

분청사기 등 작품 보시

 

내년 4월 예술의전당서

‘지수화풍 분청사기' 주제

생애 첫 개인전도 개최

   
아버지를 이어 전통 가마를 계승하고 있는 신봉균 도예가. 사진은 내년 4월 생애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빨리 빨리 문화’가 넘쳐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한 걸음 내딛으며 ‘쉬어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30년간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분청사기를 만들고 있는 신봉균 도예가. 깊은 신심으로 불교와도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불교작가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예술철학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조선의 황도사발을 500년만에 재현한 한국자기의 대가인 고(故) 신정희 도예가 아들인 신 작가는 장작 가마와 전통기법의 외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향년 77세를 일기로 타계한 아버지가 재현한 ‘황도사발’은 일본 국보 ‘이도다완’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귀한 작품이다. 그는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잠자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며 “가스 가마를 아예 설치하지 않고 장작 가마를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30여분 거리인 울산 울주군 삼남면의 ‘지랑요(旨郞窯)’에서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신 작가는 “장작 가마가 분청사기의 본래 느낌과 맛을 만들어 주는 것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이어 “가스를 사용하면 불이 일정하게 들어가서 작품이 깔끔하고 만들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장작을 때면 상하, 전후 온도차가 100도 이상 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분청사기 본래의 느낌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청자기 또는 분장청자로 불리는 ‘분청사기’를 전통방식에 따라 만들고 있는 그는 아버지이자 스승인 신정희 도예가의 대를 잇고 있다. 타계 당시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이례적으로 다비장을 제공할 만큼 불교와 인연이 깊다. 선친의 뜻을 이어 30여 년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신봉균 작가 역시 불심이 깊다. 통도사는 물론 해인총림 해인사, 덕숭총림 수덕사 등 전국 주요 사찰의 스님들에게 분청사기를 무주상 보시하기도 했다. 법명은 ‘심천(心泉)’이다.

   
개인전에서 선보일 예정인 ‘귀얄 5인다기’.

가스·전기 가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장작 가마만을 고집하는 그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했다.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간편함을 애써 외면하고 밥먹듯이 밤샘하며 지켜야 하는 장작 가마를 떠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작가는 “지금은 많은 분들이 가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장작을 때서 자기를 만들었다”면서 “전통의 맛을 내려면 장작을 때야 하는데, 누군가는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통을 버릴 수 없다는 장인(匠人)정신이 몸과 마음에 배여 있는 신봉균 작가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오는 2016년 4월21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빚은 분청사기전’을 주제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예술의전당에서 도자기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그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동안 초대전이나 회원전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개인전을 처음 여는 까닭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때가 개인전을 할 때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서 “책임을 지려면 아무래도 나이가 50은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전통방식의 분청사기 가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신 작가는 “현대인들은 아무래도 청자나 백자 등 귀족적이고 깔끔한 작품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다소 투박하고 질감이 거친 전통방식의 분청사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과 ‘여유’를 느껴보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봉균 작가는 부산 동의대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부산공모전 특선, 울산미술대전 입선을 수상했다.

[불교신문3158호/2015년12월2일자]

 



2019 서울국제불교박람회
(03150)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봉로81 두산위브파빌리온 914호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tel 02)2231-2013 fax 02)2231-2016 fax bexpo@daum.net
Copyright (c) BEXPO. All Rights Reserved.
인터라넷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