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산이 날 에워싸고 -남령(南嶺)에게 / 박목월
본문
산이 날 에워싸고 |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
시인은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삶이 행복한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족하며 사는 소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씨를 뿌리며 밭을 갈며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살자고 말합니다. 소박하게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며 살자고 말합니다. 들찔레 자라듯이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구애받지 않고 살자고 말합니다. 번식력이 강한 쑥대가 쑥쑥 자라듯이 무성하게, 너무 돌보려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자고 말합니다.
또 어느 날에는 쇠약해질 것을, 사라질 것을, 무너질 것을, 나이가 들어 병들고 죽을 것을, 그믐달처럼 서서히 생명의 빛을 잃게 될 것을 수긍하며 살자고 말합니다. 시인
[불교신문3161호/2015년12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