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빈자리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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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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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름답게 비워둔 자리 누군가 깨끗하게 남겨둔 자리 그 자리에 앉을 때 나도 향기가 되고 고운 새소리 되고 꽃이 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깨끗하게 비워둔 자리이고 싶습니다 |
꽉 들어찬 것도 좋지만 조금 비어 헐렁한 것도 좋습니다. 내가 다 갖고 가는 것보다 남을 위해 조금 남겨놓는 것이 낫습니다. 도무지 빈틈이 없는 것도 좋지만 조금 허술하거나 부족해도 좋습니다. 송곳 모로 박을 곳 없는 마음보다는 여지가 있는 마음이 벗하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나중에 올 누군가를 위해 빈자리를 마련해두는 마음은 배려의 마음입니다. 생각하고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나의 몫을 포기하는 마음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위한 빈자리가 생깁니다. 내가 양보해서 비워둔 그 자리에 앉는 이들은 향기가 나고, 새소리처럼 곱고, 한 송이 꽃이 될 것입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라는 마음이 있을 때 아름다운 빈자리가 생깁니다. 시인
[불교신문3165호/2015년12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