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 문화재 되살리는 섬세한 손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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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최치원이 비문을 지은 것으로 유명한 충남 보령 성주사지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는 무려 10시간에 걸친 채탁(탁본을 뜨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한 장의 탁본에 옮겨졌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탑비 위 비문이 마치 카메라로 찍은 흑백사진처럼 뚜렷한 명암의 탁본을 통해 그 섬세한 서체와 유려한 문장을 비로소 드러낸 것이다.
지난 2013년 광흥사 명부전 시왕상에서 발견된 불복장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뭉치고 눌러져 마치 한 덩이의 종이뭉치처럼 세상에 나온 이 복장유물은 네 권의 ‘월인석보’였다. 그 가운데 한 권인 ‘21권’은 현전하는 ‘월인석보’의 어느 판본에서도 동일한 구성을 찾아볼 수 없어 1459년 편찬된 초간본으로 추정됐다. 책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처리 작업에만 꼬박 6개월이 걸렸다.
광흥사 ‘월인석보’ 보존처리
21권은 초간본 추정 ‘첫 공개’
경북 금석문 탁본 28점 전시
전통방식 채탁한 정성 돋보여
8월14일까지 열리는 불교중앙박물관 2016년 상설전은 이처럼 전문가들의 섬세한 손길과 묵묵한 노력의 결실로 우리 곁에 돌아온 문화재를 만나는 자리다. 1부 ‘금석문 탁본전-경상북도Ⅱ’는 불교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진행한 금석문 탁본조사 사업의 2년차 사업 결과물이다. 1년간 채탁한 경상북도 지역의 중요 금석문 탁본 60점 가운데 중요도가 높은 탁본 13건을 전통방식으로 장황(裝潢)해 족자 형태로 전시했다. 특히 금석문 탁본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흥선 스님(직지사 주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 직접 채탁에 참여해 ‘선본(善本) 탁본’의 진수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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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 스님의 탑비 채탁 모습. |
이번 조사 결과는 기존 금석문 자료에 올라있지 않거나 극히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던 금석문 자료들이 확보되는 성과를 거뒀다. 상주의 노홍신도비, 관음사사적비, 김선치묘표와 구미 박진환묘표, 예천 명봉사사적비, 군위 장사진유허비, 청도 적천사 보조국사수식은행수갈비, 안동 운천신도비 등이다. 또 영주 비로사진공대사보법탑비는 파손돼 결실됐던 비편의 일부가 최근 경내에서 수습됨에 따라 함께 채탁함으로써 탁본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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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인석보’ 보존처리 과정. |
2부에서는 일반에 첫 공개되는 광흥사 명부전 시왕상 불복장 유물을 비롯해 광흥사의 여러 성보문화재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광흥사는 신라 신문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원당이기도 했다. 어첩과 명나라 황실의 친서 등이 보관됐으며 경전을 인출하는 인경불사가 활발히 이루어진 사찰이기도 하다.
광흥사에서 발견된 ‘월인석보’는 7권과 8권 각 한 점, 그리고 21권 두 점이다. 이 밖에도 서지학적으로 중요한 전적들이 다수 확인됐다. 전시에서는 보물 1645호 ‘광흥사 동종’ 등 광흥사의 다른 성보문화재들도 함께 전시된다. 02)2011-1954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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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광흥사 월인석보. |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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