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 “설악 올라 부처님 만나면 그 바람 들리리라”
본문
![]() |
||
▲ 전시장에서 만난 임채욱 작가는 ‘설악산의 진정한 가치는 봉정암에 있음’을 강조했다. |
수만 년, 아니 수천, 수억만 년에 걸쳐 탄생했을 바위다. 그 바위를 만드는 작업. 아무리 예술가라도 선뜻 손이 나갈 수 있을까. 작가는 단호하다. “자연을 모방함이 아니다. 렌즈 뒤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던 작가가 사진에 직접 손을 대며 심상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두려움이 있다면 시도할 필요가 없다.”
3월22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
사진·설치·영상으로 옮겨온 설악
봉정암·부처바위가 산의 핵심
“케이블카, 염원의 지향점 훼손”
직접 사진을 찍고 한지 위에 그리듯 프린트한다. 그것을 다시 구겨 자신이 품고 압도당했던 산을 만든다. 그 산을 걸고 세우고 매달아 설악을 옮겨왔다.
3월22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임채욱 전 ‘인터뷰 설악산’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예술, 그 모든 장르의 종합판이다. 전시 작품 총 60여 점. 작가는 설악산을 주제로 작업하며 100여 차례 설악산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특별히 제작한 한지에 프린트했다. 한지가 갖고 있는 독특한 질감이 설악의 바위에 결을 더하고 구름에 바람을 얹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나온 ‘사진’을 거침없이 구긴다. 구겨진 사진에는 높고 낮음, 꺾임과 패임, 두께와 무게가 생긴다. 그대로 바위가 되고 계곡이 되고 산이 된다. 이것도 끝이 아니다. 구겨진 화폭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더해지고 날아오르는 새가 투영된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영상이 바위산 같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전시장에는 벽에 걸린 평면의 사진부터 설악산 부처바위와 봉정암 사리탑 설치미술, 그리고 설악산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진을 구겨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모습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점점 더 설악산 깊숙한 곳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합장한 부처바위와 그 바위가 하염없이 두 손 모으고 염원을 보내는 봉정암 사리탑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의 종착점이 바로 여기다.
“영원과 무한의 시공간을 향해 두 손 모아 기원하고 있는 자연 반가사유상이 설악의 영혼인 동시에, 그 영혼에 동화하려던 자신의 영혼이었음을 깨닫고 뜨거운 눈물 훔치게 되리라.” - 박인식 소설가의 ‘전시 서문’ 중에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의도를 전하려 애쓰지 않는다. 설악을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 설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의 뿌리, 기운의 뿌리가 왜 그곳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왜 봉정암의 사리탑이 저 곳에 서 있는지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지난해 가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 허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 봄에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그 케이블카의 종착점이 봉정암 사리탑 뒷산 봉우리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바람, 기도가 케이블카를 향하게 될 처지입니다.”
전시장을 지키는 작가의 의도는 차라리 애잔하다. 전시장에 울리는 폭포소리, 설악의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02)733-1981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