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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 “설악에 올라 부처바위 앞에 서면 그 바람 들리리라”


작성자 남수연 기자 작성일16-01-15 16:48 조회6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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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
사진·설치·영상으로 옮겨온 설악

체험으로 봉정암·부처바위 재발견
“케이블카는 염원의 지향점 훼손”

수만 년, 아니 수천, 수억만 년에 걸쳐 탄생했을 바위다. 그 바위를 만드는 작업. 아무리 예술가라도 선뜻 손이 나갈 수 있을까. 작가는 단호하다. “자연을 모방함이 아니다. 작가는 렌즈 뒤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진에 직접 손을 대며 심상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두려움이 있다면 시도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사진이고 조각이다. 그 자체로 행위예술이고 설치미술이다. 작가의 소개는 그래서 그냥 ‘예술가(Artist)’다. 직접 사진을 찍고 한지위에 그리듯 프린터 한다. 그것을 다시 구겨 자신이 품고 압도당했던 산을 만든다. 그 산을 걸고 세우고 매달아 설악을 옮겨왔다.

   
▲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임채욱씨는 “설악산을 직접 느껴볼 것”을 당부했다.

3월22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임채욱 전 ‘인터뷰 설악산’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예술, 그 모든 장르의 종합판이다.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라는 전시의 부제는 작가가 작품에게 헌사한 것이겠지만 관객에게는 전시에 대한 개념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는 또 하나의 명제다.

전시된 작품은 총 60여 점. 모두 사진이지만 전부를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작품은 사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설악산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며 100여 차례 설악산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특별히 제작한 한지에 프린터 했다. 한지가 갖고 있는 독특한 질감이 설악의 바위에 결을 더하고 구름에 바람을 얹었다. 그것만으로도 새롭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나온 ‘사진’을 거침없이 구긴다. 구겨진 사진에는 높고 낮음, 꺾임과 패임, 두께와 무게가 생긴다. 그대로 바위가 되고 계곡이 되고 산이 된다. 더 없이 새롭다. 하지만 이것도 끝이 아니다. 구겨진 화폭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더해지고 날아오르는 새가 투영된다. 작가가 직접 촬용한 영상이 바위산 같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 임채욱 작 ‘Seorak-1633’.

전시장에는 벽에 걸린 평면의 사진부터 설악산 부처바위와 봉정암 사리탑 설치미술, 그리고 설악산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진을 구겨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모습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1층부터 지하4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마치 점점 더 설악산 깊숙한 곳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합장한 부처바위와 그 바위가 하염없이 두 손 모으고 염원을 보내는 봉정암 사리탑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작업의 종착점이 바로 여기다.

“한 겨울에도 구슬땀 흘리며 설악산 봉정암을 오르리라. 끝내 봉정암 자연암봉 부처바위 앞에 서리라. 거기서 영원과 무한의 시공간을 향해 두 손 모아 기원하고 있는 자연 반가사유상이 설악의 영혼인 동시에, 그 영혼에 동화하려던 자신의 영혼이었음을 깨닫고 뜨거운 눈물 훔치게 되리라.” - 박인식 소설가의 ‘전시 서문’ 중에서.

   
▲ 임채욱 작 ‘Seorak-1632’.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의도를 전하려 애쓰지 않는다. 설악을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 설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의 뿌리, 기운의 뿌리가 왜 그곳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왜 봉정암의 사리탑이 저 곳에 서 있는지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원래 전시는 가을에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허가 소식을 들었습니다. 빠르면 올해 봄에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그 케이블카의 종착점이 봉정암 사리탑 뒷산 봉우리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바람, 기도가 케이블카를 향하게 될 처지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많은 분들이 설악을 만나고 인터뷰해보시기 바랍니다. 설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전시장을 지키는 작가의 의도는 차라리 애잔하다. 전시장에 울리는 폭포소리, 설악의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02)733-1981

   
▲ 임채욱 작 ‘Seorak-1635’.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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