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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 붓글씨로 풀어낸 ‘임제선사’의 가르침


작성자 김해=박부영 기자 작성일16-01-25 17:25 조회8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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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학 공부하며 서도 익혀

둥근 글씨체 ‘남정체’ 완성

 

부산과 김해서 잇달아 전시

병풍, 선화 등 123점 선보여

 

“임제선사 진인사상 배우며

서예가 선수행 임을 깨달아” 

   
불자서예가 남청 임성순 작가의 첫 개인전이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오는 30일부터 2월1일까지, 김해 신흥사에서 2일부터 5일까지 잇달아 열린다. 위 사진은 임성순 작 ‘행서반야심경 8폭 병풍’.

불자서예가 남청 임성순 작가의 선서화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12폭 금강경이 포함된 병풍 19점과 선화 30점, 족자 가리개 등 모두 123점을 선보인다.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오는 30일 오후2시 개막해 2월1일까지 3일간 1차 전시회를 열고 김해 신흥사로 자리를 옮겨 5일까지 2차 전시회를 연다. 신흥사는 임성순 작가의 작업실이 마련돼 있는 사찰이다.

어린 시절 서예에 입문한 임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첫 개인전이다. 내용은 모두 불교다. 경전을 한글로 풀어쓰거나 <선가귀감> ‘육바라밀’ 등 좋은 불교 어구를 담았다. 한자 원문을 그대로 ‘필사’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재해석 했다. 이광수의 ‘육바라밀’이 그 예다.

글씨체도 특이하다. 대체로 둥근 모양이다. 글씨 자체가 회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둥글면서 자유롭게 뻗어 내려 한 점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작가는 자신의 호를 따 ‘남청체(南淸體)’라고 불러도 좋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만큼 자신의 글씨에 자신 있다는 자부심이 담겨있다. 어릴 적부터 유학자였던 조부와 부친이 쓰는 글씨를 어깨너머로 보고 배워 일찍 글씨에 눈을 떴다. 성장하면서 동진 하명규 선생을 만나 서예의 기초와 사상을 배우는 등 불면(不眠)의 밤을 보내며 몸부림 친 끝에 서도(書道)의 경지에 올랐다.

   
 

그는 구양순의 안진경체 등 서예 입문자들이 밟는 길을 고스란히 걸었다. 하지만 기예는 익혔지만 고인(古人)의 서법을 배우는 임서(臨書)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몹시 방황했다. 그러던 가운데 중문학을 공부하며 한학과 유교에 관심을 갖고 서예의 근본 원리도 배웠다. 하지만 궁극적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갈등만 깊어졌다.

자신의 길을 찾아 방황하던 중 만난 불빛이 바로 선(禪)이다. 어릴 적부터 절에 다녀 불교정서에는 젖어 있었지만 제대로 그 사상을 배우지는 못하다 불교문화대학원에 입학해 임제선사의 ‘진인사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불교의 선사상을 제대로 배웠다. 작가는 선을 통해 서예가 곧 선 수행임을 알면서 막혔던 길을 뚫리고 모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지의 서도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임제의 진인사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선학으로 공부를 해 선 문화와 나의 서예작업이 선수행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면서 “서예의 작업이 선수행이 되는 것을 깨닫게 돼 조그마한 불사(佛事)로 회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작가를 선으로 인도한 스승은 김해 신흥사의 양지스님이다. 스님은 “남청 불자는 불교를 알기 이전, 중문학을 공부하고 유교를 공부했지만 본인이 찾고자 하는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것임을 알고 <임제록>에서 발견한 가르침의 종지를 터득했다”면서 “경전공부를 통해 익힌 것을 글로 옮기니 그 깊이가 심해와 같고, 붓글씨를 사경이 아닌 선서화의 경지를 이룬 진정한 서예가”라고 극찬했다.

작가에게 서예는 예술을 넘어 그 자체가 수행이다. 그래서 한번 작품에 매달리면 한 달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서예삼매’에 젖는다고 한다. 더불어 웃으며 배려하는 선의 참 가르침을 실천하는 진정한 불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를 아는 지인들은 “불자답게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며 타인을 우선시하는 배려와 섬김이 몸에 배이고 작품으로도 드러난다”고 평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완숙한 경지뿐만 아니라 30여 년 전 젊은 기운과 방황하던 시절까지 모두 선보여 작가의 변화와 성장과정도 엿볼 수 있다. 임 작가는 “수행하는 마음을 담아 완성한 작품들을 이제 밖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첫 전시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172호/2016년1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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