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설악, 그 아름다움 끝에는 봉정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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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100여회 등반
카메라에 ‘설악 풍경’ 담아
한지로 인화해 세밀한 표현
먹의 농담으로 동양화 닮아
“핵심주제는 ‘봉정암 가는길’
케이블카 설치는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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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욱 작가는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3월22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인터뷰 설악산’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
부처님 진시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인 봉정암을 품고 있는 설악산의 진정한 가치를 카메라에 담은 사진전이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붓 대신 카메라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는 임채욱 작가는 오는 3월22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인터뷰 설악산’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임 작가는 도서출판 다빈치와 불광출판사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에서 봉정암을 중심으로 설악산의 사계를 담은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와 함께 작가의 설악산 사진과 인터뷰 등을 담은 사진집 <설악산: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도서출판 다빈치)도 함께 출간됐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모든 작품은 기존 사진작가들이 사용하는 인화지가 아닌 한지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재현, 세밀한 표현과 함께 먹의 번짐 같은 효과, 생생한 농담의 변화로 한 폭의 동양화를 닮았다. 작가는 풍경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지에 인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평면작품 외에도 세로 8m에 이르는 대작 ‘봉정암 부처바위’ 등 한지에 담긴 작품을 손으로 구겨 부처처럼 입체감을 표현한 작품 10여 점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인화지에 담은 사진은 손으로 만지는 순간 가치를 잃어버린다”면서 “이에 반해 한지에 담긴 작품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한지의 질감은 그 자체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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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부처바위를 사진에 담은 ‘Seorak 1635’. |
작가에게 설악산은 자연풍광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0여 차례 설악산을 다녀왔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설악산을 수학여행지, 단풍 관광지로만 인식한 것 같다”면서 “설악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들어보고 그곳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전시관 1층에서 지하 4층까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전시는 1부 설악이 열리다, 2부 설악에 들다, 3부 설악이 펼치다, 4부 아름다움에서 무한으로 등 모두 네 영역으로 구성됐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그 길의 끝에서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는 ‘봉정암’에 이른다. 그는 “봉정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기 힘든 절”이라며 “백담사에서 출발해 5~6시간을 걷고, 네 발로 기어가는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인생에서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봉정암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봉정암 사리탑 뒤편에 오는 6월 설악산 케이블카 공사가 시작된다. 부처바위도, 사람들도 케이블카를 향해 절하는 모양새가 된다. 644년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교성지로서 사리탑의 1300년 역사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작가는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올 가을로 잡았던 사진전 일정도 앞당겼다. 그는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신성한 기도처였던 봉정암은 성지순례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훼손되기 전에 그 동안 찍은 작품을 대중에게 서둘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사진과 함께 작가가 휴대폰으로 설악산 구석구석을 촬영한 5분 분량의 영상 ‘님은 먼 곳에’, ‘봉정암 가는 길’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상에는 소리꾼 장사익이 열창한 노래 ‘님의 먼 곳에’가 배경음악으로 담겨있다. 또한 영상 말미에 “인생을 살면서 기도밖에는 할 수 없는 순간 봉정암 가는 길은 참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봉정암 사리탑 뒤편으로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사리탑 너머 케이블카를 향하게 되지 않기를…”이라고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불교신문3172호/2016년1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