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사라진 옛절 ‘폐사지’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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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극찬한 폐사지 답사여행
한국관광공사 새봄 맞아
거돈사지 미륵대원지 등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해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지금은 사라진 옛 절터-폐사지를 찾아서’를 테마로 3월에 가볼 만한 폐사지를 선정했다. 사진은 충주 미륵대원지 석불.
절이 흩어지고 난 뒤 남은 빈터인 폐사지(廢寺址). 과거 화려했던 영화와 위엄은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 사부대중의 간절했던 불심(佛心) 만큼은 사지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 더불어 폐사지는 종교를 떠나 우리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되는 ‘야외 박물관’으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폐사지 답사는 절집 답사의 고급과정으로 답사객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이라고 극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지금은 사라진 옛 절터-폐사지를 찾아서’를 테마로 3월에 가볼 만한 폐사지를 선정해 눈길을 끈다. 새봄을 맞아 천년고찰의 흥망성쇠 흔적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자.
원주 거돈사지
강원도 원주 남한강 인근에는 ‘흥법사지’, ‘거돈사지’, ‘법천사지’ 등 신라시대에 창건했다가 임진왜란 때 사라진 폐사지가 많다. 탑과 탑비 등이 남아 옛 사찰의 규모와 고려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이 가운데 폐사지의 고즈넉한 정취를 가득 담은 곳이 바로 거돈사지다. 발굴과 복원이 끝나서 말끔하게 정돈된 폐사지인 만큼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수령 1000년이 넘는다는 느티나무도 볼 만하다. 이곳은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 높이만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삼층석탑의 상단이 보이고, 금당 터가 차츰 빗장을 연다.
충주 미륵대원지
신라 마의태자의 이야기가 얽힌 충북 충주의 ‘미륵대원지’는 계단식 구조로 경사가 완만해 평지처럼 느껴진다. 한 칸 오르면 당간지주가 누워 있고, 또 한 칸 오르면 거대한 돌 거북(귀부)이 버티고 있다. 두어 칸 위에 오층석탑이 우뚝하며, 일직선으로 석등과 석불이 조성돼 있다. 높이 10.6m에 이르는 석불은 커다란 돌덩이 네 개로 몸을 만들고, 갓과 좌대는 다른 돌을 썼다. 이곳에는 마의태자와 얽힌 애잔한 전설이 있다. 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와 딸 덕주공주는 나라가 망하자 금강산으로 떠났다. 도중에 덕주공주는 월악산에 덕주사를 지어 남쪽을 바라보게 마애불을 만들었고, 태자는 이곳에 석굴을 지어 북쪽 덕주사를 바라보게 했다는 이야기다.
남원 만복사지
춘향과 판소리로 유명한 전북 남원에는 고려 문종 때 창건한 ‘만복사지’가 있다.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지다. 노총각 양생이 만복사에서 만난 여인의 영혼과 사랑을 나누고 부부의 연을 맺은 이야기는 춘향전에 버금가는 러브스토리다. 만복사는 한때 수백여 명의 스님이 수행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소실됐다. 지금은 오층석탑(보물 제30호), 석조대좌(보물 제31호), 당간지주(보물 제32호), 석조여래입상(보물 제43호), 석인상, 주춧돌 등만 남았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석인상이다. 키 3.7m에 다부진 체격, 꽉 다문 입술이 특징인 석인상은 절에서 행사가 있을 때 당(깃발)을 멘 장대를 지탱하던 당간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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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영암사지 금당터. |
합천 영암사지
경남 합천 황매산 자락의 모산재 기암절벽 아래에 ‘영암사지’가 있다. 영암사지에는 금당 터와 서금당 터, 중문 터, 회랑 터 등이 발견됐다. 회랑 터는 경주 불국사나 황룡사지, 익산 미륵사지처럼 왕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찰이었음을 알려주는 단서로 꼽힌다.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은 사자 2마리가 마주 보며 화사석을 받치는 형상이다. 사자상 위아래로 아름다운 연꽃이 조각됐고, 불을 밝히는 화사석에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다. 금당터의 석축도 특이하다. ‘ㅜ’형으로 가운데가 튀어나오게 석축을 쌓았고, 이 부분에 쌍사자 석등이 앉아 있다.
[불교신문3183호/2016년3월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