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불성있는 인격체 VS 마음없는 고성능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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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세기의 대결’로 이목 집중
기술발전 경외심과 두려움
공존 속 불교계도 큰 관심
“불교미래 고민해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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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수행자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한 장면. |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이 지난 15일 1승4패 인간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비록 대국에서는 졌지만, 이세돌 9단의 놀라운 집중력은 바둑에 관한 관심을 상승시키며 인간의 집념, 직관에 대한 희망을 줬다. 또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놀라운 학습능력은 인간에게 바둑 이상의 것을 과제로 안겼다.
바둑은 그동안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갖고 있어 인간 외에는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왔다. 때문에 이를 두고 기술발전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전부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등 불교계 안팎에 긴 여운을 남겼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5일 제205회 중앙종회 임시회 개회 인사말을 통해 “최근 인공지능의 바둑실력이 큰 화제”라며 “이런 세상의 변화를 맞아 종단과 불교의 미래를 위한 개혁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이번 대국은 불교계에도 큰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면 불교는 경외심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진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열반경>은 “모든 중생에게는 부처의 성품이 있다(一切衆生 悉有佛性)”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과 주변세계를 모두 동등한 차원의 피조물로 간주하는 불교적 세계관으로 볼 때 기계로봇 또한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돌덩이에도 불성이 있다고 설하신 부처님께서 인공지능의 불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한 보일스님은 2008년 전국 승가대학 학인논문 공모전 대상 수상작 ‘인공지능로봇의 불성연구’를 통해 “유정물과 무정물의 경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유사(類似)인격체인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을 연기, 공, 중도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한 로봇에 대해 불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날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말을 걸며 소통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떤 입장과 관점, 사유의 방식을 갖고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중도적 안목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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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왼쪽 작은사진)이 지난 15일 인공지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가운데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단편 ‘천상의 피조물’에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오른 ‘스님 로봇’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승도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저서 <인공지능, 붓다를 꿈꾸다>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에서 지혜롭고 이타적인 인공지능이 가능하리라 확신한다”면서 “부처님 사상을 미래 과학과 인공지능에 접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면 인공지능의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마음’을 갖고 창조적 사유를 하는 인간의 영역에 다다를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는 “컴퓨터가 인간의 머리로 하는 일은 모두 다 할 정도로 발달했다”면서 “하지만 사랑 같은 감정은 컴퓨터가 느끼지 못하는 등 감정은 공감을 느껴야 이뤄지는데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현재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역습’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이 학자들의 중론이다.
두일철 동국대 융합소프트웨어연계전공 교수는 “인공지능이 예술활동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현 기술로는 인간의 창의적 두뇌를 따라갈 수 없다”면서 “다만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관련 기술의 발전을 통해 앞으로 불교신자들이 절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신행활동이 가능한 만큼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도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하느냐로 집중된다”면서 “불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187호/2016년3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