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옛 스님들 만나고 VR(가상현실)보고…불교전통과 미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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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문화산업과 불교문화산업을 총망라하는 국내 유일의 전통문화박람회인 2016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지난 24~27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렸다. 박람회에서 불교문화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참가자들의 웃음이 싱그럽다. |
스님들 의식주 문화 상품화
실용적 미적 완성도 높아져
지방서 올라온 스님 신도들
구매 부추겨도 흐뭇한 마음
“영화를 보는 차원을 뛰어넘어 영화 속 장면에 들어간 것 같이 신기하네요.”
지난 24일 2016서울국제불교박람회 개막식을 마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가상현실 속 고요한 산사체험을 할 수 있는 360VR 부스에서 직접 VR박스를 시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이 고글모양의 두툼한 ‘VR안경’을 쓰고 업체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무섭게 총무원장 스님의 뒤를 따르던 스님과 불자들 너도나도 하겠다고 나섰다. “와우 정말 신기하다. 청암사 비구니 스님들 예불하는 모습을 정말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네.” 강원도 원주에서 온 김연미 씨가 감탄하자 함께 온 남편 이성우 씨는 “눈앞에서 보는 거 맞잖아”라고 응대해 주변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매년 불교박람회 때마다 1, 2, 3관에 걸친 수백여 부스를 일일이 돌아보면서 업체들을 긴장시키기도 하면서 격려했던 총무원장 스님은 올해도 어김없이 업체마다 새로운 개발기기나 품목들을 살피면서 어려운 이들에겐 ‘금일봉’까지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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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속 고요한 산사체험을 할 수 있는 360VR 부스에서 직접 VR박스를 눈에 시연하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모습. |
불교미술이나 조각 등에 조예가 깊은 총무원장 스님은 불교조각가 이영섭 씨의 작품전을 보면서 “최근 작품경향이 많이 바뀌었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우리스님 묘엄스님전’에선 스님이 남긴 유품과 글씨 등을 눈여겨 보면서 예를 표하기도 했다.
박람회 첫날 오후2시부터 특설무대에선 서울 도안사 주지 선묵스님의 안심법문이 시작됐다. 신도들이 무리지어 몰려들었고 시끌벅적했던 박람회장이 한순간 고요해졌다. 108산사순례로 유명한 선묵스님은 금세 모인 500여 명의 신도들을 바라보면서 침착한 어조로 안심법문을 설했다.
“두 눈을 감고 스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세요. 당신은 마음의 주인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마음이 흔들리고 삿된 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더욱 내마음의 주인임을 스스로 자각해야 합니다.” 선묵스님은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면서 너와나 하나임을, 존귀한 생명임을 깨우쳐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법문을 경청한 이민경 씨는 “불교박람회가 열린다고 해서 사찰음식과 옷을 구입하려고 왔는데 이렇게 큰스님께서 법문까지 해주실줄은 몰랐다”며 “불자로서 이러한 불교박람회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면서 주말에는 친구들을 이끌고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박람회는 오후가 될수록 사람들이 발길이 늘어났다. 주로 비구니 스님들과 여성불자들이다. 이들은 사찰음식과 천연염색에 많은 관심을 표하면서도 불교미술이나 불교조각 등 불교문화 부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면서 하나하나 관람하며 감탄했다. 불교조각가 서칠교 씨는 불화를 전공한 부인 박혜상 씨와 함께 조성한 ‘콜라보 불상’을 선보였고, 흙으로 불상을 빚는 과정을 공개하기 위해 완성되지 않은 좌불을 공개했다. 현대적인 미(美)를 불교적으로 구현해낸 서 작가의 작품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독특한 기술개발로 이번 박람회에 처음으로 선보여 스님들의 구매욕을 부추긴 부스도 적지 않았다. 햇볕을 가리거나 비를 막기 위해 처마 끝에 덧붙이는 차양이다.
업체 관계자는 관람객에서 설명 도중 제품 위에 올라가 뛰어 보며 튼튼함을 강조한다. 소재는 충격과 급격한 기온변화에도 끄떡없는 폴리카보네이트다. 여기에 용접 없이 조립만으로 누구나 시공이 가능한 DIY방식이 이 회사의 핵심역량이다. 차양의 칼라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다. 박람회에 전시된 차양은 주로 단독주택에 사용되는데, 사찰안의 스님들 생활공간인 요사채 등에 요긴한 제품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올라온 비구니 수인스님은 “사찰 요사채에 꼭 활용하고 싶은 제품”이라며 “올해 박람회에는 기대 이상의 상품들이 있는 것 같아 서울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박람회에 ‘LED목탁등’을 선보이면서 주목 받은 업체가 있다. 목탁내부 연꽃문양에 조명을 넣어 입체감 있게 빛을 낸다. 연꽃 문양은 스스로 수평을 유지해 목탁을 기울여도 연꽃은 언제나 위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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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예술에 조예가 깊은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불교조각을 눈여겨 보고 있다. |
올해는 여기에 실용성을 강화하고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한 새로운 인테리어 조명을 가지고 나왔다. 3시간 충전으로 6시간 사용이 가능한 LED인테리어 조명으로, 밝기는 3단계 조절이 가능하며 휴대전화 충전단자도 설치하여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조명 갓으로는 연꽃모양이 제격이다. 잠실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김신미 씨는 “불교박람회가 있다고 해서 집근처라 걸어서 한번 와봤는데 우리 유치원에서 활용할만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며 “연꽃모양의 LED조명은 원생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에는 최기영 대목장의 북콘서트 ‘목수고집’과 월간 ‘불광’ 500호 발간 기념으로 이미령 씨와 불광출판사 회주 지홍스님이 대담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스님의 공부법>의 저자 자현스님을 비롯해 불교방송 ‘마음톡 그래도 괜찮아’의 진행자 마가스님, 현역 군법사인 농산스님, 서울 행불선원장 월호스님 등이 잇따라 대중법문을 설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불교신문이 한다면 무조건 신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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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홍보 부스는 스님들의 지대방이 되기도 했다. 혜민스님의 친필사인이 적힌 신간에 불자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
불교신문 부스에 몰려든 불자들
혜민스님 친필 사인 신간에 환호
박람회 여는 불교신문에 응원도
품평 조언하는 지대방 역할 톡톡
올해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는 공동주관사인 불교신문 부스에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불교신문 구독신청자에 한해서 혜민스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신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첫날 혜민스님의 책을 받아간 이들은 100여 명에 달한다. 김예분(성남)씨는 “불교신문을 구독하고 있지만 딸아이가 혜민스님의 친필을 보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왔다”며 “불교박람회가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규모인줄 몰랐는데 좋은 물건 많이 사가게 돼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스님들도 박람회장에 처음 입장하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불교신문 부스다. 스님들은 “불교신문이 불교박람회를 여니까 무조건 신뢰가 가고 많이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교신문 부스에 와서 박람회에 대한 품평하고 조언하는 스님들도 있다. 한 스님은 “불교문화와 불교예술의 위상을 한단계 높여 이를 전문으로 전람회를 열어 한국 유명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스님은 “스님들이나 멀리서 온 불자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너무 협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교신문 부스가 또 다른 지대방 역할을 했다.
여기 박람회장 맞아? 경주에 온 줄 알았네
최기영 대목장의 주제전 ‘마음이 쉬는 공간’ 눈길 지난 24일 박람회의 개막을 알리는 오색실 커팅식에 주요 외빈으로 최기영 대목장이 소개됐다. 최 대목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기능보유자로 ‘마음이 쉬는 공간’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조형 전시물을 1관 입구에 설치했다. 백제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능사 5층목탑’과 신라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경주 월정교’를 크기만 축소한 모형이다. 그 정교함은 실물 못지 않다. 여기에 두 건축물 사이와 주변에 흙을 깔아 마치 경내를 걸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박람회 개막식 직후에는 관람객들이 들어가면 안 되는 줄 알고, 멀리 흙 바깥쪽에서 관람하기도 했다. 이내 박람회 관계자들의 유도로 흙 안으로 들어온 관람객들은 마치 동화 속 걸리버가 되어 소인국에 방문한 것처럼 허리를 굽어 기다란 월정교를 구석구석 신기한 듯 한참을 보기도 하고, 연신 스마트폰으로 조형물을 사진에 담고, 이곳을 배경으로 셀카 찍기까지 점점 분주해졌다. 경주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김조현 씨는 “그저 물건을 사려고 왔는데, 최기영 대목장의 주제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여기가 박람회장이 아니고 경주인 줄 알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능사 5층목탑은 부여 백제역사재현단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백제시대 특유의 하앙식 기법과 내진공법을 적용해 2010년 완공 되었다. 경주 월정교는 <삼국사기>에 기록으로 남아있으며, 신라시대 월성과 경주 남쪽을 연결하는 주 통로로 500년 이상 존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건축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겉모습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살기에 충분히 실용적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대별 건축물을 통해서 그 시대의 생활양식과 유행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최 대목장은 시대별 건축물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정신과 문화, 생활양식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당부했다. 그는 “흙과 돌과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로 짓는 우리 전통건축은 사람을 살리고 위로하며 치유하는 집”이라고 말한다. 최기영 대목장의 장인정신과 함께 진정한 마음의 휴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불교신문3189호/2016년3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