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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며 새롭게 태어나는 촛불”


작성자 박부영 기자 작성일16-04-01 10:59 조회4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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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12일, 부산 을숙도 문화회관
25점 전시, 판매금 전액 자비성금으로

   
 

 

“훌륭하십니다. 고따마 존자여. 훌륭하십니다. 고따마 존자여. 마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듯이,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듯이, 길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눈 있는 자에게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들어 비추듯이 바로 이렇게 고따마 존자님에 의해서 가르침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저는 고따마 존자님께 귀의합니다. 담마에 귀의합니다. 그리고 승가에 귀의합니다”


우유죽을 공양했던 바라드와자가 부처님께 귀의하는 장면이다. ‘눈 있는 자에게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비추듯’ 빛은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는 구원(救援)이다. 어둠은 번뇌요 빛은 보리(菩提)다. 그래서 이 땅에 구현한 이상향 법당(法堂)의 천정에는 연등이 빛을 발하고 불보살 앞에는 초가 불을 밝힌다. 법당을 지키는 스님도 늘 초를 켜고 들여다보며 함께 살아간다.

   
 

 

부산 사하사암연합회장 혜우스님은 3년 전 문득 초를 렌즈로 들여다 보았다. 렌즈 속 초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가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때부터 스님은 촛불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한다. 스님의 첫 사진전이 오는 8일부터 12일 까지 부산 을숙도 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존재의 시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8일 오후 6시 개막식을 연다. 25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수익금 전부는 스님의 오랜 숙원인 사하사암무료급식소 건립과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회향한다. 스님은 눈이오나 비가 오나 사암연합회 스님들과 함께 200여명의 주민들에게 무료 급식소를 운영한다. 연말에는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서 잔치도 연다. 1년 4차례 요양병원을 찾아 음식을 나누고 작은 음악회도 연다. 부산에서는 혜우스님 하면 무료급식소와 자비행을 떠올릴 정도로 베풀기만 한다. 수행자는 지혜와 자비를 두루 갖춘 이상적 인간상이다. 그래서 구족(具足)이다. 사진은 말없이 묵묵히 베풀기만 하던 스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지혜를 보여준다. 스님은 “나이는 이제 예순이 넘었고 사찰 불사도 마무리 되었으니 렌즈를 통해서나마 내 마음을 담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사진전을 열게됐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보이는 초는 초가 아니다. 손가락을 구부려 원을 만든 듯한 모습도 있고 펄펄 끓는 물에 물방울이 튀어오르는 듯한 모습도 있다. 스님은 렌즈로 보는, 타들어가는 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했다. “초는 자기를 태워 빛을 주고 어둠을 밝히면서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어 간다. 그것은 그냥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고 재탄생이다. 초라고 이름 붙인 형상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해간다.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타들어가는 초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이다” 자기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초의 일생은 멸(滅)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었던 것이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고 읊었던 만해의 시를 떠오르게한다.

렌즈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초의 변화 과정은 불교의 무상(無常)과 일치한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잠시 생겼다 사라질 뿐 고정된 실체는 없다. 스님은 사진을 통해 무상(無常)의 도리를 보여준다. ‘범소유상(凡所有相)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 무릇 상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알면 여래를 본다고 한 <금강경>의 가르침을 혜우스님은 사진으로 일러주는 것이다.

같은 상(相)을 보는데도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사진을 보고 어떤 사람은 높은 산봉우리에 은하수가 펼쳐진 하늘 같다 평하고 어떤 이는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는 광경 같다고 한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림이 없다. 보는 그대로다. 그래서 사진 제목이 없다. 스님은 렌즈에 보이는 모습을 담았을 뿐이고 보는 사람은 제 마음대로 보면 그만이다. 시비 분별 경계를 떠나있고 모두 다 맞으니 원융(圓融)이다.

   
 

 

혜우스님은 창녕 우포 늪을 사진으로 담아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정봉채작가로부터 사진을 배웠다. 정봉채작가는 이렇게 평했다. “혜우스님은 기도처에서 반복적으로 시작과 끝이며,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초를 평생 봐왔을 것이다. 사진 사유는 끝없이 바라봐야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는 것이며 자기만의 셔터 찬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님은 아마도 매일 기도처에서 빛으로 오는 그 무엇인가 (아우라)를 느끼고 또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명상을 통해서 존재와 인식에 대한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초의 본질에서 범상하지 않은 그 무엇을 보게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죽고 사는 이치가 하나라는 거룩한 깨우침이 우주의 선물처럼 저에게 옵니다. 티끌 같은 번뇌 그릇된 견해 다 내려놓고 자신을 태우는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그윽한 빛으로 원융무애한 삶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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