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동양의 예술언어로 풀어낸 ‘하멜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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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고향집 개조한 박물관
첫 초대전 주인공으로 선정
동양화에서 홀로그램까지
다양한 작품 40여점 전시
불교사상 근간으로 ‘모성’
주요 테마 삼아 왕성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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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인 양순열 작가가 오는 9월9일까지 3개월 동안 네덜란드 하멜하우스에서 초대전을 연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화심'. |
신심 깊은 불자로 불교사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양순열 작가가 네덜란드 호린험시에서 오는 9월9일까지 3개월 동안 초대전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전시회가 열리는 하멜하우스는 우리나라를 최초로 서양에 소개한 책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1630∼1692)의 고향집을 박물관 형식으로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이다. 지난해 6월 개관 이후 열리는 첫 번째 초대전의 주인공을 국내 작가로 선정해 주목된다.
모성과 인간의 꿈, 사랑, 행복, 희망, 존재, 욕망 등을 주된 테마로 작업을 해 온 양순열 작가의 열네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고향을 그리워하다(I long for my home)’다. 그는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동양화를 비롯해 설치작품, 나무 조각, 홀로그램, 영상작업, 퍼포먼스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양 작가는 지난 9일 전시 개막식에서 하멜을 상징하는 ‘호모사피엔스’ 조각을 품에 안고 호린험 항구의 배에서 내려 하멜의 집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여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당신이 새라면 날아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외국인을 나라 밖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조선의 왕 말에 낙담하고 탈출을 시도하다 14년 만에 귀향에 성공한 하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의식이었다. 이번 전시로 문화교류의 사명감도 생겼다는 작가는 “동인도주식회사의 선원으로 일본으로 항해하던 도중 풍랑으로 제주에 표류해 14년간 억류되어 있다가 네덜란드로 귀환한 하멜의 이야기를 예술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긴 인연의 고리를 풀고 싶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전시장에는 하늘이자 바다, 변함없는 심원의 색을 뜻하는 16개의 쪽빛 한지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설치됐다. 분리된 각 공간에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꽃을 주제로 한 동양화 ‘화심’ 8점과 조각 ‘호모사피엔스’ 8점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과 조각이 각각 8점인 것은 하멜과 함께 귀환한 8명을 상징한다. ‘호모사피엔스’ 홀로그램 영상에는 조그만 구멍을 냈다. 마치 전통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내부를 훔쳐보던 옛 한국인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대표작 ‘사랑의 어머니’ 시리즈 가운데 한 점은 하멜하우스에 영구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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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어머니’. |
이와 더불어 전시장의 한쪽에는 제주도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표류하던 하멜이 처음 도착했던 제주도를 직접 방문해 하멜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하멜이 바라보았을 제주도의 풍광을 눈과 손으로 더듬어 영상에 담았다.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양 작가의 조형세계는 구도의 단순화, 절제된 화면과 밝고 경쾌하면서 온화한 색상의 여백을 강조하면서 인체도 기호화하는 상징성 또한 특징”이라며 “혼란한 사회, 질곡과 모순의 시대에서 그의 작품은 하나의 청량제처럼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대구 효성여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모교에서 동양화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양 작가는 수차례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고 도서출판 GOLDSUN 대표를 맡으며 <어머니> 등 자신의 그림과 글로 8권의 책을 펴냈다. 또한 남편과 함께 해인사 등을 참배하며 3000배 정진을 하는 신심 깊은 불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불제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내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오는 9월 예정된 불교미술기획초대전에도 참여하는 등 앞으로 불교예술 관련 창작활동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불교신문3211호/2016년6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