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입에서 입으로 전하던 사찰음식 비법 고스란히…
본문
운문사 승가대학 학인 시절
원주 스님에게 전수된 요리법
밥, 국 찌개, 전 등 350여 종
전국 사찰음식 노하우 총망라
특별식 상세한 조리시간 기록
식재료 민간요법 소개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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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도 운문사에서 원주 스님 대대로 전해져 오는 ‘채공요리법’ 필사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사찰 공양간과 장독대에서 대중을 위한 공양을 준비하고 있는 스님. |
“햅쌀은 많이 씻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므로 살랑살랑 씻어 물에 담그지 말고. 만약 물에 담근 경우는 그 물로 밥을 지을 것. 묵은 쌀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강하게 문질러 씻는다. (요령) 강한 불에서 15∼20분 끓이다가 점차 불을 약하게 하여 중간불로 약 20분쯤 쌀알이 퍼지는 시간을 준다. 이때 밥물이 전부 쌀에 흡수되어 쌀이 익게 된다. 솥 밑에서 바작바작 소리가 날 때 밥의 물기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센 불로 5초 정도 두었다가 아궁이 불을 완전히 제거…”
가마솥에 밥을 짓는 사찰이 아직도 많다. 특히 대중이 사는 사찰에서는 여러 사람의 다른 입맛을 맞추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주로 공양간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은 행자와 스님들. 이들이 어떻게 빠른 시일 내에 음식솜씨를 익히는 것일까.
최근 서산 신흥사 총무 선관스님이 보관하고 있던 청도 운문사 ‘채공조리법’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채공(菜供)은 사찰에서 반찬을 마련하는 소임을 맡은 스님을 말한다. 20여 년 전 운문사 승가대학 학인으로 수학하던 시절 기록한 것으로 “사찰 원주 스님에게 내려오던 사찰음식 조리법을 필사해 보관해 왔다”는 것. A4 용지 180페이지 분량의 메모에는 쌀밥, 버섯밥, 김치밥, 우거지밥, 야채밥 등 다양한 밥 짓는 요령을 비롯해 죽, 국, 찌개류와 볶음, 무침류, 튀김, 밑반찬 등 350여 종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선관스님은 “당시 ‘운문사 원주 스님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기록’이라고 들었다”며 “다양한 음식 조리법 뿐 아니라 대량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기술과 맛을 내는 포인트 등이 자세히 적혀 있어 지금도 종종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기록은 전국의 스님들이 모여 생활하는 운문사의 특성상 “우리 절의 어느 음식을 이렇게 만드니 맛있더라”는 노하우가 총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사찰음식 연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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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 뿐만 아니라 특별식에 대해 시간까지 기록돼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팥죽 조리법과 관련 “팥 12되를 새벽4시30분부터 물을 충분히 부어 푹 삶는다. 오후1시부터 소쿠리에 건져 내 으깨어 체로 다시 걸러낸다. 약 3시간 걸린다. 동짓날 아침 오전8시부터 물 한 양동이와 우물물 한 양동이 반을 끓이다가 앙금 한 양동이 반 정도를 더 부어 끓이고 쌀2되 반 정도 넣고 다시 끓이다가 새알심 넣는다”며 세세한 시간까지 정리해 후임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와 더불어 현장 경험에서 쌓아온 자신만의 요리비법도 눈여겨 볼만하다. ‘도라지에 소금을 넣어 주물러 씻지 않으면 쓴맛이 난다’ ‘ 김치를 다 먹고 장독을 청소한 후 단지 안에 신문지 한 장씩 태우면 냄새가 없어진다’ ‘묵나물(시래기, 고사리 등 말린 나물)을 쌀뜨물에 담갔다가 그 물에(쌀뜨물) 삶으면 나물이 부드럽다’ 등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과 병이 난 사람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주요 식재료의 민간요법도 기록돼 주목된다.
이와 관련 운문사 주지 진광스님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원주 스님에게 과거부터 기록한 채공조리 방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며 “최소 100년 이상 이어진 전통으로 안다. 시대변화에 따라 버릴 내용은 버리고, 전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지만 다양한 음식 조리방법과 노하우가 기록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223호/2016년8월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