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 “부서진 생명의 조각조각에 입 맞춰 주셔요”
본문
평화시 전시회 학술세미나 등
평화ㆍ화해를 위한 문학의 역할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 마련…
‘2016 만해축전’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인제 만해마을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 만해축전은 ‘생명, 화해’라는 슬로건에 맞춰 만해스님의 시 ‘생명’을 전면에 내걸고 진행됐다. 대회 기간 중 평화를 주제로 한 시 전시회와 11일 유심작품 시상식, 손재현 무용단과 블랙벨트 태권도 시범 등이 어우러진 전야제 행사에 이어 12일 사진전 및 시화전, 고교생 백일장, 만해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또한 13일 창작21작가회 주관으로 ‘생명화해 정신과 세계문학의 경향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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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지난 11일 만해마을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을지부대 군악대가 참여해 공연을 하고 있다. ②지난 12일 유심시조아카데미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 조운 시조시인의 문학이 집중 조명됐다. ③만해대상 제정 20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전 개막식. |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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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과 키를 잃고 거친 바다에 표류된 작은 생명의 배는/ 아직 발견도 아니 된 황금의 나라를 꿈꾸는 한줄기 희망의/ 나침반이 되고 항로가 되고 순풍이 되어서/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다른 물결의 한 끝은/ 땅을 치는 무서운 바다에 배질 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 작은 생명을 힘껏 껴안아 주셔요./ 이 작은 생명이 님의 품에서 으서진다 하여도/ 환희의 영지(靈地)에서 순정(殉情)한 생명의 파편은/ 최귀(最貴)한 보석이 되어서 조각조각이 적당히 이어져서/ 님의 가슴에 사랑의 휘장(徽章)을 걸겠습니다.//님이여,/ 끝없는 사막에 한 가지의 깃들일 나무도 없는/ 작은 새인 나의 생명을 님의 가슴에 으서지도록 껴안아 주셔요./ 그리고 부서진 생명의 조각조각에 입맞춰 주셔요. |
근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만해 한용운 스님의 인종과 종교, 국가를 초월한 생명존중과 평화사랑의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1999년 시작된 제18회 만해축전이 백담사 만해마을과 인제군 일대에서 개최됐다.
올해 행사는 창작21작가회 주관으로 지난 11일 열린 평화시 전시회로 시작됐다. 만해스님의 시 ‘생명’을 비롯해 평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시들이 만해마을 한쪽을 가득 메운 가운데 행사는 세미나와 기념행사, 전야제 등으로 장식됐다.
14일까지 열린 축전에서는 특히 평화란 무엇이고,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학술대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시인협회는 ‘한국 현대시와 생명사상’을 주제로, 창작21작가회에서 ‘생명 화해 정신과 세계문학의 경향성’을 진단했으며, 현대불교문인협회에서 ‘현대불교문인 연구’를 주제로, 만해연구소에서 ‘만해스님과 그의 도반들’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점을 진단했다. 불교평론은 오는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하는 ‘한국사회의 분노와 불교’ 세미나를 앞두고 자료집을 통해 발제문을 발표했다.
“우주에 가득한 것 모도다 님 손길/ 잡아라, 잡아라고 소리 치시것만/ 눈 멀고 귀 어둔 중생 헛손질만 하더라.”(‘님의 손길’ 전문, 일엽스님)
현대불교문인협회는 근대 비구니를 대표하는 일엽스님의 시 57편과 ‘이광수와 <법화경>’ 등의 소재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송정란 건양대 교수는 일엽스님의 시 연구를 통해 “구도의 길로 들어선 신여성의 고뇌와 갈등”을 분석했으며,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이광수의 대표적 소설 <사랑>이 <법화경>의 가르침에 사상적 근거를 두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유심시조아카데미에서는 조운 시조시인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가치를 살폈다. 특히 염창권 광주교대 교수가 ‘조운 시조에 나타난 물질적 상상력’을 통해 “불, 공기, 물, 흙 등 물질적 이미지를 통해 조운 시인이 추구했던 내재적인 가치”를 조명하는 등 다양한 문학세미나가 지난 3일간 집중됐다.
한편 11일 저녁, 만해축전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전야제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서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은 “올해 만해대상 2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시간을 맞아 만해축전이 더욱 발전되도록 학교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며 많은 문인들의 관심과 참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야제는 을지부대 군악대의 공연을 비롯해 인제지역 초등학생 동아리의 음악공연, 동국대 손재현무용단 공연 등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평화와 헌신의 삶에 대한 20년 기록
만해대상 20주년 특별전 개막
26개국 108명 수상영예
만해대상 수상 이후
노벨상 수상도 6명이나
지난 11일 인제 만해마을에서 만해대상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개막했다. 만해대상 20주년을 돌아보고, 만해축전이 우리나라 문학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여년의 기록을 전시하고 있다.
만해스님 입적 52주기를 맞은 1996년 백담사에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발족하면서 시작된 만해대상은, 같은 해 조계종 총무원과 대한불교청년회 공동으로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만해어록비를 제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회 만해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화계사 조실 숭산스님, 김승우 가톨릭농민회 대표, 이기영 불교문화연구원장, 화가인 이반 교수를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 수상자를 포함해 내국인 72명과 미국인 8명, 네팔인 2명 등 26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도 특징. 국적과 종교를 떠나 평화와 문학, 상생의 가치를 실현한 사람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넬슨 만델라, 월레소잉카 나이지리아 시인, 모연 중국 소설가, 달라이라마, 시린 에바디 이란 변호사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로 이어졌다. 이런 성과에 이어 2001년 백담사에서 제1회 만해축전을 개최해 현재까지 많은 문인들의 발길을 모으며 ‘국내 최대의 문학축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별전은 이같은 다양한 기록을 담았다.
한국문단을 밝힌 영광의 얼굴들. 유심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1일 만해마을 님의침묵 광장에서 열렸다.
“열손가락 저리도록 전율 오는 작품”
■ 유심문학상 시상식 열려
시 부문-곽효환, 시조-김호길
학술-이도흠, 특별상-이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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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을 밝힌 영광의 얼굴들. 유심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1일 만해마을 님의침묵 광장에서 열렸다. |
만해축전이 열린 만해마을에서 지난 11일 유심문학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주관으로 매년 발표된 작품 가운데 우수한 시와 시조, 학술 부분의 수상자를 선정해 진행되는 올해 유심상에는 시 부문에 곽효환 시인이, 시조 부문에 김호길 시조시인이 선정됐다. 또 학술부문에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선정됐으며, 이영춘 시인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100여 명의 문인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서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은 축사를 통해 “앞으로도 역량있는 문인들이 다수 나와 우리 정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 이근배 시조시인은 “심사위원 중 한 분은 ‘마당을 건너다’라는 곽효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열손가락에 전율이 오는 것 같았다라고 평을 했다. 문단 활동 경력을 떠나 지난 1년간 발표된 우수 작품을 선정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하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호길 시조시인의 수상작은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 학술부문 수상자 이도흠 교수(한양대 국문과)의 수상저술은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다.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500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불교신문3225호/2016년8월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