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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 “제가 가져온 티베트 흙은 자유를 향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작성자 조장희 기자 작성일16-08-26 22:24 조회2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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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링홈'의 주인공 텐징 릭돌(좌)과 감독 텐진 체탄 초클리(우)

아버지는 죽기 전에 꼭 티베트 땅을 밟고 싶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그 한을 평생 가슴에 쌓아두고 죽음을 맞이하셨죠. 아버지 곁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께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시작한 것이 흙 프로젝트였습니다. 티베트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것은 아버지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티베트인들의 소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고국. 텐징 릭돌의 아버지는 티베트 망명자였다. 죽어서도 티베트로 갈 수 없었다. 한줌의 재로 남은 아버지는 머나먼 이국땅 미국의 강가에 뿌려졌다. 그 연기라도 바람타고 티베트로 갈 수 있었을까. 아버지의 사무치는 마음을 아들이 헤아렸던 것일까? 티베트 망명자의 아들 릭돌은 아버지뿐 아니라 모든 티베트 난민들에게 고향땅의 흙을 선물하기 위해 17개월 동안 목숨을 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티베트의 흙을 인도 다람살라로 가져오기 위해 그는 먼저 티베트와 가장 가까운 네팔로 날아갔다. 하지만 티베트 국경을 넘을 수 없는 몸이기에 중개인을 통해 티베트 흙을 가져오기로 했고 약속날짜를 받았지만 계속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미뤄질 때마다 중개비용은 늘어갔고 그는 결국 밀수 경로를 활용했다. 불법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중국 경찰이 흙을 반입하려는 그의 계획을 눈치챘기 때문에 언제 체포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릭돌은 흙이 오는 시간이 늦춰지자 초조해졌지만 그 시간 동안 아버지의 간절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티베트 사원에 가서 기도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2개의 국경, 50개의 검문소를 지나 20톤의 흙이 거쳐온 총 거리는 2000Km. 흙의 여정과 티베트 난민의 위험천만한 탈출 여정이 닮아있다. 200여 시간의 기록을 압축한 영화 브링홈에 전세계가 주목했다. 2014년 제37회 미국 국제 아시아계 영화제 신인 감독상, 자유티베트학생운동 LHAKAR 예술상, 2016BCM 아시아 다큐멘터리어워즈 노미네이션상을 받았다.

티베트 망명자의 아들 텐징 릭돌의 이야기 브링홈91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개봉관은 서울 아트 하우스 모모. 추석까지 2만명이 브링홈을 관람하면 상영관이 늘어난다. 824일 낮, 서울 강남의 작은 카페에서 만난 릭돌과 릭돌의 친구이자 영화 감독 텐진은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텐진 감독은 처음엔 영화를 만들고자 찍은 것이 아니라 일행 중 누군가 체포되거나 실종될 위험에 대비해서 기록한 것이라며 찍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감독은 분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모두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자신의 과거가 무엇인지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인공 릭돌은 프로젝트가 성공해 다람살라에 흙을 전시했을 때를 회상하며 사람들이 처음에 흙을 보자 만지고 머리에 부비고 먹고 그 위를 걷기도 했고 달라이 라마 성하도 흙을 가져가 그의 정원에 뿌렸다이제는 티베트에 사는 티베트 사람도 이민이나 유학을 갈 때 주머니에 흙을 담아 간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티베트 침략은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티베트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 독립에 대한 의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더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순수한 의도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 프로젝트 또한 그렇게 시작됐고 사랑과 연민의 의지가 모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난민이 아니고서는 자신들의 언어를 쓰고 땅을 밟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라며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가졌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흙 프로젝트이후 텐진과 릭돌은 티베트 문화를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릭돌은 현재 제일 처음 난민이 된 세대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1950년대에 티베트를 떠나온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티베트 역사에 관한 기록물을 만들고 있다. 텐진 감독은 티베트 사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인터뷰를 끝내기 전 그들은 우리는 티베트가 자유를 되찾을 것을 믿는다우리의 기록은 그 믿음에 대한 실천이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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