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 개구리 몸짓이 만들어 낸 선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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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수作,사랑, 22cmX34cm. |
연둣빛 개구리의 눈에는 진홍색 꽃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바람에 날리는 꽃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꽃에 매료된 개구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개구리가 있다. 그에게는 꽃을 바라보는 개구리가 꽃이다. 꽃이 지나가면 개구리도 다른 곳으로 가버릴지 모르나 순간일지라도 바라볼 수 있음이 꿈결 같다. 바람이 가고 꽃이 가고 개구리마저 떠나도 순간은 마음에 영원히 각인된다.
선의 세계를 담백하게 표현하는 선화가 김양수 화백이 9월27일~10월5일 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26번째 개인전 ‘개구리들의 몸짓은 바람을 만든다’에서는 유년시절부터 함께해온 개구리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유년시절 김 화백은 부종에 시달렸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해야 했지만 산골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개구리뿐이었다. 뒷다리를 죽으로 쒀서 먹자 몸의 붓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날 아픈 몸을 치유해준 개구리의 희생에 대한 참회를 더해 붓을 잡았다. 25점의 작품 속 개구리들은 금방이라도 캔버스에서 뛰쳐나올 듯 생생한 모습이다. 개구리들은 우리의 일상과 희로애락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 화백은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원형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특히 “집약된 절제미가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연의 소리는 내 마음의 무늬에 따라 선율을 만들어 낸다”며 “붓이 가는 길과 마음이 가는 길이 결코 둘이 아님을 알고 그 길의 원형을 찾아 일상에 집중했다”고 작업의 소감을 밝혔다.
세로토닌문화원에서 세로토닌 문인화 수업을 진행하는 이시형 박사는 “어느 한구석 막힘없고 거침이 없는 그의 작품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며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고 치유”라고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053)622-8456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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