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 | “불자 꿈나무들도 자유롭게 음악할 수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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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자 바리톤 김재일 성악가는 앞으로 관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또한 성악을 통한 불교포교를 발원했다. |
지난 6월25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힐링 독창회 힘(HIM-Happiness In Music) 콘서트’가 열렸다. 불교 공간에서 클래식 성악 무대가 마련된 것도 이색적이었지만 더욱이 스피커 등의 음향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진행된 공연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무대에 오른 이는 김재일씨. 불자로는 드물게 국내 정상급 성악가의 반열에 오른 바리톤이다.
성악계에 몇 안되는 불자
서울대·독일 음대서 공부
내면 표현 뛰어난 성악가
불교음악가들 연대 필요
기존 팬들도 최고의 공연이라 꼽았던 공연이었지만 색다른 시도인 만큼 준비 과정에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계음이 만연한 시대, 사람들이 과연 음향기기가 배제된 자연 성량의 소리에 감동을 느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심장소리, 목소리, 숨소리는 살아있는 몸에서 나오는 살아있는 소리죠. 한 공간에서 함께 진동을 느끼는 감동은 대단합니다. 안에 있는 이들 모두 하나가 될 수밖에 없죠. 이런 곳에서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관객들은 외면합니다.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건 진심을 다한 공연입니다.”
전통문화예술공연장이 불교문화포교의 상징적 공간이 되길 바라며 시작한 공연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다. 또한 음악의 힘을 더 믿게 됐다. 관객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감동하는 표정에 그는 점점 확신을 갖고 노래를 부르게 됐다. 그리고 관객과 하나가 되어 공연을 하게 됐다. 하나가 된 청중들을 보며 불교문화포교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그 필요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교 음악의 열악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불교계엔 전문 성악인으로 이뤄진 전문 합창단이 없습니다. 음악 꿈나무들이 보고 배울 기준과 모델이 없는 것이죠. 요즘 각 사찰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도 사찰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특성과 전통을 살리기보다는 유명연예인 일색입니다. 일반인들이 불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산사음악회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불자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자연스럽게 불교를 종교로 받아들였다. 절에 가면 향냄새가 좋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반야심경’을 외는 그를 어른들은 귀여워했다. 어릴 때부터 잘했던 노래를 전공으로 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에 성악을 전공으로 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서 음악 공연은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보러갔던 공연에서 음악으로 세상을 밝히고자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했다. 대다수가 기독교신자인 성악계에서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자비가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자신의 노래도 부처님처럼 넉넉하게 세상을 품을 수 있길 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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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가 김재일씨의 독일 오페라 공연. |
그는 서울대 음대와 독일 뒤셀도르프 로버트 슈만 음대를 졸업하고 2004년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에 오페라 ‘루치아’의 엔리코 역으로 유럽무대에 데뷔했다. 한국무대에는 2008년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역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했다. 특히 2010년 독일 바이로이트 포룸 음악축제에 초대돼 바이로이트 시립극장에서 푸치니 오페라 ‘외투’와 ‘쟌니스끼끼’의 주인공역을 동시에 맡으며 찬사를 받았다. 한국과 유럽의 언론에서 성악적 요소와 연기자적 요소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돋보이는 성악가, 풍부한 성량으로 코믹스런 연기뿐만이 아닌 내면적 섬세한 연기까지도 깊이 있게 잘 표현해내는 성악가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점점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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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힘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열고 관객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점점 넓혀갈 계획이다. 관객들에게 힘을 주고 그 또한 힘을 받아 불교 음악 꿈나무들이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말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가불가 음악가들의 역량 강화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불교 음악계에 그의 시도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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