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눈덮인 산사, 비질·삽질운력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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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2-26 16:02 조회6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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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사찰 제설, 중장비로 승부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새벽녘 비질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고운 빗살무늬 물결의 도량은 대중울력의 소산이다. 이 울력은 눈이 내리면 눈치우기로 대체된다. 이때는 새벽에 국한된 울력이 아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눈치우기의 고됨을 잘 알 것이다. 치워도 끝이 없지만 밖으로 소통하는 길을 끊기게 할 수 없어 눈이 오면 자연스레 넉가래와 눈삽을 들게 된다. |
허리춤까지 내리는 겨울철 폭설
털모자 귀마개로 무장한 스님들
넉가래로 밀며 눈과의 ‘한판승부’
대중이 적은 외진 사찰과 암자는
눈 속에 여러 날 고립되기 일쑤
첨단기술력 중장비 절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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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하게 눈쌓인 산사의 절경은 보는 이에겐 아름다움 자체지만, 눈이 얼어붙기 전에 말끔하게 청소해야 하는 스님들 입장에선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울력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이제 제설작업도 장비를 동원해서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할 때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
눈 오는 날 서울 조계사는 이른 아침부터 어김없이 눈치우기가 시작된다. 대중 스님들과 갓 출근한 종무원들이 넉가래를 일렬로 늘어서서 넓은 구역을 힘차게 밀어본다. 구석구석에 쌓인 눈은 눈삽과 빗자루로 처리한다. 폭설이 내릴 경우는 중장비도 동원된다. 수시로 도량 한켠에 쌓아 놓은 눈이 한계치를 넘어서면 이 눈들을 정리하는데 사용한다.
1980년대만 해도 사찰 뿐 아니라 동네 제설장비로 직접 나무에 못질해서 만든 넉가래와 눈삽은 이제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플라스틱 제품이 대부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요즘은 여기에 한발 더 나간다면 바람을 불어내는 장치로, 엔진의 힘으로 바람(기류)을 만들어 그 힘으로 눈을 날려 버리는 ‘엔진브로워’가 있다. 벌초할 때 사용하는 예초기를 생각하면 된다. 일일이 낫질을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풀을 베듯, 등에 엔진을 메고 진공청소기를 역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휴대용 제설기는 대부분 휘발유를 사용하며, 눈치우기 외에 낙엽 치우기에도 효과적이라 사찰에서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장비는 편리하나 휴대장비라 크기가 작아 넓은 지역을 감당하기는 벅차다.
도심사찰은 도량이 넓어봐야 한계가 있지만, 넓디넓은 산사의 사찰과 암자는 사찰 진입로부터 다르다. 넓던 좁던 사찰의 중심영역인 법당 앞은 어지간한 폭설이 아니면 사찰 대중들이 수시로 눈을 치운다. 대중이 많이 사는 큰절은 그래서 한결 나은 편이다. 지자체에서는 폭설이 내리면 도로에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제설작업을 해주는데, 관람객이 많은 사찰과 규모가 큰 사찰은 지자체에서도 중요시설로 여겨 우선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도로의 기능이 있는 사찰의 일부 구간까지 제설작업이 이뤄진다. 이에비해 작은 규모의 사찰들은 스스로 제설작업을 해야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 제설작업 한계…일주문까지 말끔하게”
제설전문 밴트랙코리아 ‘눈길’
굴곡많은 사찰주변에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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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록 밴트랙코리아 대표는 스님의 권유로 불교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제설 트랙터를 일반에 알리기 시작했다. |
지난 3월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트랙터를 설치한 부스가 등장했다. 관람객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불교와 농업용기계인 트랙터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 회사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밴트랙 코리아(www.ventrac.co.kr)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밴트랙은 시대에 부흥하는 장비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80년이라는 전통을 가진 트랙터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의 한국 총판이 밴트랙 코리아다.
불교박람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밴트랙 코리아 심경록 대표에게 들을 수 있었다. 심 대표는 작년 원주 청림사에서 다목적 트랙터를 사갔다고 했다. 용도는 ‘눈치우기’였다. 주지 스님은 “눈이 오면 일주문에서 지자체가 제설작업 해주는 일반도로까지 거리가 꽤 멀어 항상 고민이었다”고 했다. 이 다목적 트랙터의 기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은 바로 제설 기능이다.
주지 스님은 불교박람회에 나가보라고 권해줬다고 한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스님에 힘입어 박람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일반인들에게 이 트랙터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주된 용도가 잔디깎기이기 때문이다. 이 다목적 트랙터는 골프장 잔디깎기에 최적화 되어있다. 이 최적화가 불규칙한 경사와 굴곡이 많은 사찰 진입로에는 오히려 안성맞춤으로 사용된다. 다양한 굴곡의 골프장 경사에도 안정된 성능을 발휘하게 설계된 것이, 사찰 진입로에도 제격인 것이다. 운전이 쉽다는 강점도 있다. 무게중심이 낮아 구릉지 등 경사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크기는 소형 자동차 크기지만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33가지의 탈부착 가능한 다양한 용도의 어태치먼트(attachment)가 있다. 이 가운데 6종이 제설에 관련된 것으로 사찰에서는 비질한 듯 깨끗하게 눈을 치워 결빙구간을 예방할 수 있는 제설브러쉬를 선호한다고 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눈이 내린 지난 3일, 원주 청림사에서 트랙터에 제설브러쉬를 장착해서 시연회를 가졌다. 이날 청림사의 적설량은 15cm정도였고 사찰진입로는 길이는 1.5km, 도로의 폭은 대형 승용차 1대가 일반통행 할 수 있는 폭이다. 작업시작 4시간만에 도로는 비질한 듯 깔끔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사찰을 대상으로 무료 시연회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사찰에 적합한 제품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불교신문3163호/2015년12월19일자]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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